쪽방촌 주민들의 외침, “어디로 갈 수 있을까? 시간이 촉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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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방촌 주민들의 외침, “어디로 갈 수 있을까? 시간이 촉박해!”

무더운 2018년 여름 어느 날 서울 용산구 동자동 9-19번지에 위치한 판자집에 사람들이 세탁기와 건조기를 설치하느라 분주했다. 

서울시가 폭염 극복을 위한 대책의 일환으로 문을 연 곳은 돌다리골 빨래방이었다. 

기대가 큰 주민들은 땀에 흠뻑 젖은 빨래를 모아 더러운 옷을 세탁기에 넣고 버튼을 눌러 세탁 사이클을 시작했다. 

탁기가 작동하기 시작하자 낡은 벽과 판자 천장이 세탁기의 진동과 함께 떨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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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건물은 너무 낡아서 세탁기를 보관할 수 없었다. 

세탁소는 안전상의 이유로 곧 문을 닫았다.

단지 건물에 벽과 지붕이 있다고 해서 그것이 집이라는 뜻은 아니다. 여름에는 천장에서 빗방울이 떨어지고, 겨울에는 실내에 놓인 그릇의 물이 얼어버린다. 

그다지 집 같지 않은 이런 집에 사는 사람들은 맨몸으로 기후 위기를 견디고 있지만 그에 대한 국가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동자동 쪽방촌이나 판자촌 건물 가운데 53%가 샤워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거주자가 16~17명인 건물은 평균 2.6개의 화장실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3분의 1이 피트화장실이다. 

쪽방촌 시설 개선은 없는데도 션티 대다수의 월세는 매년 오른다. 

이들 쪽방이나 칸막이 주택 중 한 곳의 2019년 월 평균 임대료는 23만3000원이었다. ㎡당 임대료는 서울 강남의 주택보다 비싸다.

최근 한국에서 흔히 리모델링이라고 부르는 리노베이션이라는 단어가 곳곳에서 들린다. 

정부가 내놓은 2050년 탄소중립정책에는 그린리모델링 사업과 제로 에너지 빌딩에 대한 인센티브 확대 방안이 포함돼 있다. 

경제신문들은 ‘친환경’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개발계획과 흥분된 예측을 빠르게 소개했다. 사람들은 도시 건물과 도시 자동차를 바꾸자는 제안을 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달라진 도시에 누가 살 것인가. 집세는 마치 사물의 자연스러운 흐름인 것처럼 집세를 조금도 개선하지 않고 매년 계속 오르고 있다. 

사람들은 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끊임없이 집에서 쫓겨난다. 그리고 아직도 개보수를 핑계로 건물에서 쫓겨나는 상점주들이 있다. 

이런 현실을 되돌릴 수 있는 아이디어가 없다면 그린리모델링은 결국 협력업체에 대한 보조수단으로 그칠 수밖에 없다. 주택과 기후 위기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주거권이 기후 위기에 대한 우리의 대응의 출발점이 돼야 하는 이유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021년 여름 서울 중구 양동 쪽방촌을 찾아 폭염 대책 점검에 나섰다. 

민간개발사업이 예정된 양동은 건물 입구가 막혀 썰렁했다. 

안내문에는 안전점검을 위해 문을 닫았다고 적혀 있었지만, 실제로는 개발사업을 앞두고 집주인들이 세입자에게 보상금을 주지 않기 위해 사용한 전술이다. 

기본적으로 텐트인 무더위 쉼터를 살펴본 시장은 시가 운영하는 값싼 샨티로 곧장 향했다. 

그곳의 한 주민은 집주인이 12월까지 나가라고 했다. 

어디로 가면 되죠? 시간이 촉박해!” ‘시간이 촉박하다’는 기후 위기에 대한 우리의 대응과 관련해 늘 등장하는 문장이지만 일부 목소리는 빠져 있다. 

기후 행동의 제안의 시급성과 기후 위기의 희생자로 언급되는 사람들 사이의 긴급성은 너무 다르다. 

우리는 더 시급하고 더 구체적으로 기후 위기에 대응해야 하며, 가난한 사람들, 쫓겨난 사람들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

서울시장의 빈민가 폭염 점검은 그가 소화전 물을 골목에 뿌리는 것으로 끝이 났다. 

사회뉴스

그 후 쪽방촌의 기온이 얼마나 떨어졌는지 궁금하다. 

결국 답을 얻지 못한 쪽방촌 주민들의 머리 위로 열기가 올라가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